퍼가지 마세요-1

by 박종화 posted Oct 3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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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행심이와 단결이
                  박종화

나와 행심이는 단결이를 사랑해서
오늘은 왕창 비가 내린다
나와 행심이는 너무도 사랑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단이와 결이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오늘은 서럽고도 차운
비가 내린다

나는 단결이를 사랑하고
행심이도 단결이를 사랑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침묵으로
쓰디 쓴 소주잔을 움키며
나는 단결이를 사랑하고
행심이도 단결이를 사랑해서
오늘은 복창터지도록 차운
비가 내린다

단결이를 사랑은 하고
나와 행심이는 멀어져 가고
단결이는 멀뚱멀뚱한 눈으로
나와 행심이의 몸짓을 살피고
막막한 답답증으로
다시 소주를 따르며
단결이를 사랑은 하고
나와 행심이는 멀어져 가고
단결이는 멀뚱멀뚱한 눈으로
나와 행심이를 살펴서
오늘은 환장하리만치 차운
비가 내린다

비는 내리고
단결이를 사랑은 하고
비워버린 소줏잔을 다시 끌면
행심이도 단결이를 사랑하고
나도 단결이를 사랑해서
지겨운 이별의 줄다리기는
찢어지는 앳가심으로
평생의 업보를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