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by 종화 posted Oct 0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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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
박종화

나이 사십이 훨씬 넘어
장가랍시고 갔다
야물딱진 마누라와
노가대 용접봉 불꽃을 튀기며
밑바닥 인생의 희망을 이야기 했다
자식놈 낳아 공부 가르치는 게 희망의 전부라며
소주 한잔에 낙천을 말했다
첫 아이가 세상을 볼 때 삼촌도 같이
완전한 아이처럼 울어댔다
희망을 광란으로 몰아쳐 버리는 순간인 듯
아이는 어이하여 벙어리였다
버리지 않는 희망으로
둘째 놈을 순산했다
오장육부를 쪼그라뜨리며 엎드린 순결한 기도앞에
또 한번의 벙어리였다
마누라는 왼팔 오른팔에 자식놈을 부여잡고
몸팔러 다니다 지쳐
바다를 이루고도 남을 눈물만을 뿌려놓고
세상을 독약으로 떠나갔다
삼촌은 생존을 버리지 않았다
50이 넘은 나이로도
병든 몸으로도
용접봉 불꽃을 튀기며
삶의 불꽃을 미친놈처럼 튀겨댔다
얼마나 몸이 말을 안들었을까
말 못하는 자식들 앞에서
딱 오늘 하루만 쉬었으믄 좋겄다
왜 이리 속이 보대낀다냐
병원을 재촉하는 아다다의 그 어린 마음들 앞에서
내가 병원을 수십채도 더 지어 봤다만은
치료는 여직껏 안받아 봤어야
느그들 특수학교 교육비나 내제 뭔 병원이다냐
요정도는 참을 수 있어야
소주나 한잔 허고
잠이나 한숨 자야겄다
식은땀으로 잠이나 잤다
양손 가지런히 가슴에 얹은 채로
한 숨 그대로 세상을 떴다
마지막 희망
벙어리 자식들 학교 보내는 일을
목숨 앞에서도 버리지 않은 채
하루종일 어른하나 없는 집에서
잠든 아버지를 애달프게
지켜보고 있는 희망들을 품은 채
뜨거운 설움의 나락을
한 줌도 가져가지 못하고
세상의 진실들에게 남겨둔 채 떴다
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