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tsela 2013-07-23 19:49:04
0 255

1013087_518618488204055_1905850756_n.jpg

 

조성일입니다.
97년 여름에 테잎에 녹음된 목소리로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선뜻 그에게 함께 활동하자고 손내밀기에는 뭔가 모자랐습니다. 그래서 정중하게 거절하였습니다.
"지금은 힘들겠습니다. 다음에 뵙지요" 그런데 6개월 후에 또 연락이 왔습니다.
"다음에 뵙자고 해서... 지금 뵈려구요" 정말 눈치없는 친구였습니다.
완곡한 거절의사를 곧이곧대로 믿고 또 보자고 연락하다니...
그렇게 해서 1998년 2월부터 그는 꽃다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까지 그는 꽃다지였습니다.
꼬박 14년을 그는 나의 동료였습니다.

형편없는 수준의 자작곡을 처음 내밀던 치기,
마침내 ‘점거’를 들려주기까지의 깊은 침잠,
계단 앞에 앉아있던 그의 등짝에서 보이던 금새 무너져내릴 듯하던 그의 절망,
그리고 길 위에서 노래하고자 했던 그의 열정...을 동료로서 함께 했던 그 세월은
제 인생에서 최초로 찬란했던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검은 머리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 꽃다지를 지키자고 했던 그가...
저는 그의 다른 약속은 반신반의했어도 이 약속만은 지킬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이제 그만 꽃다지이고 싶다. 더 이상 노래하고 싶지 않다.” 라고 했던 그 날을 기억합니다.
“그래, 그럴 만도 하지. 애썼다.” 라고 했던가요.
꽃다지가 아닌 그를 상상하기도 힘들었지만 노래하지 않는 그를 상상하는 건 끔찍했습니다.

그가 다시 노래를 찾았습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그가 다시 노래를 길을 나설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 좋습니다.
그의 첫 음반, 첫 콘서트에 함께 해주십시오.

SE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