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3일 수원역앞에서 촛불 2돌 문화제가 진행되었습니다.
꽃다지도 함께 했던 수원 촛불 2돌 문화제 소식을 기사로 전합니다.

[현장스케치] 수원촛불 2돌 되던 날
그대가 촛불을 놓지 않는다면

2010-05-13 23시05분 최호철(moosya@jinbo.net)


2년 동안 무엇인가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꾸준하게 한다는 것은 참 쉽지가 않죠. 연애를 하더라도 한 사람과 2년을 꾸준히 사랑하며 지속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요. 수원촛불은 2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그 사랑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저도 아주 가끔 참가한 것이 고작이라서 찾아간 발걸음이 좀 민망했는데요. 2주년이라 사실 좀 화려할 줄 알았는데 촛불의 이미지답게 조촐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난 2년간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수원역에서 촛불을 지켜온 수원촛불들. 정말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생각 들었는데요.


4대강 사업 반대, 무상급식 실현 등 굵직굵직한 것에서부터 ‘수원의 용산’이라고 불리는 수원신동 철거 문제, 환경미화원 기본생활권 보장 문제, 수원역 KCC 석면 철거 문제, 최저임금 현실화 문제 등등 누구도 비추지 않는, 그리고 비추기 꺼려하는 이 땅 민주주의의 사각지대를 수원촛불은 부단히도 비추고 있었습니다.


수원촛불 사상 처음으로 연애인이 오기도 했는데요.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에서 삼순이 아버지 역을 맡으셨던 탤런트 맹봉학씨였습니다. 08년 촛불집회에 참석하다 연예인으론 유일하게 경찰조사를 받았다는군요. 촛불에 참가하면서 CF도 끊기고 드라마 섭외도 끊겨 수입이 1/3 가까이 줄었지만 그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신념을 지키고 올바른 일을 하기 위해선 그정도의 희생은 감수할 수 있다는군요.


이날은 다양한 문화행사로 꾸려졌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관위 관계자와 정보과 형사들이 호시탐탐 수원촛불들을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수원촛불만큼이나 그 충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최근 수원촛불 중에 한 분인 환경운동연합 장동빈 사무국장께서 선거법 위반으로 300만원 벌금을 받았습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활동이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경기 선관위의 고발 때문인데요. 버젓이 4대강 사업 광고를 해대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안 되고 환경운동가로써 당연한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괴상한 논리입니다.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는 것 또한 문제지만 그 논리자체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네요. 그리고 선관위는 선거기간의 관리감독이 존재 이유인데 정치적 이해에 따라 사람들을 감시를 하니 이건 도대체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수원촛불들은 전혀 굴하지 않더군요. 선관위와 정보과 형사들이 보던말던 ‘4대강 사업 반대한다’라는 구호도 외치고 잡아가라며 농담도 던지고 하시더군요. 준비된 문화행사들이 예쁜 포장지에 쌓인 초코렛을 하나하나 꺼내어 까먹듯이 하나씩 지나가고 어느새 행사는 꽃다지의 마지막 공연으로 110차 수원촛불 2주년 행사는 끝이났습니다. 거창하진 않았지만 111차 수원촛불이 수원시민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아쉬워할 필요는 없겠지요.

행사에 참가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수원시민들이 상당한 호응을 보내주셨다는 겁니다. 지나가시면서 지켜보며 박수를 보내시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나가다말고 물끄러미 지켜보다 그냥 자리에 툴썩 주저앉아 수원촛불의 일원이 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었지만 중년의 신사도 지나가시다 자리를 잡고 앉으시더군요. 바로 이런 분들이 있어 ‘지금까지의 촛불’이 아닌 ‘앞으로의 촛불’에 더 기대가 갑니다.



<현장 인터뷰>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박진  
Q 2주년 된 소감은?

박 끔찍하다(웃음). 이 징글징글한 것을 벌써 2년이나 했나 싶다. 매주 수요일 한 번도 안 빠지고. 그중에는 크리스마스이브도 있었고 12월 31일도 있었다. 징그럽다(웃음).

Q 본인에게 혹은 수원촛불에게 가장 고비였을 때는?

박 늘 고비였던 것 같다. 사실 지겹고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들이 점점 줄고 그것이 느껴질 때마다 늘 고비였던 것 같다. 그래도 지켜야 된다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켜올 수 있었다.

Q 언제까지 촛불을 들 것인가?

박 다들 그것을 제일 궁금해하는데 나도 궁금한다. 대체 이 짓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웃음). 마지막 한 사람이 촛불을 놓을 때까지 할 수 밖에 없다. 이건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 공간을 사랑하고 사회적 발언을 하고자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단 한사람이 남을 때까지 하지 않을까 싶다.

Q 최근 외부적인 압력이 거세다. 내부에선 어떻게 얘기되고 있나?

박 예상은 했다. 그 시기가 언제고 어느 지역부터 가해질 것인가만 몰랐을 뿐이다. 어쨌든 다른 지역보다 수원촛불이 우선적인 타깃이 됐다. 대응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까지 갈 것이다. 국내법으로 안 되면 국제사회까지 갈 것이다. 이번 선관위의 선거법 문제는 비단 4대강 문제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가늠하는 문제이다. 표현의 자유 보고 감독에서도 들어있듯 한국사회의 표현의 자유는 열악하다. 이 사실이 충분이 국제사회에서도 공명이 될 수 있도록 얘기를 해야만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Q 끝으로 수원시민들에게 하고픈 말은?

박 글쎄요(웃음). 다시 한 번 활활 타오르는 그날까지 끝까지 한번 가볼 테니깐 한번 같이 가봅시다. 뭐 이런거?(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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