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갑다.. 21세기 사람들아

5월에 오끼나와 공연 갔다오자마자
촛불 들고 거리에 나가면서 일상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세상사를 이유로 콘서트를 취소해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취소도 해봤다..
그냥 그러고 싶었고 그래야 할 것 같았고.. 그래서 마음이 좋았었다..
귀구멍에 얼마나 살이 쪘는지 아무 소리도 못듣는 2mb를 보며 분노 게이지 올라가다..
인과응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저런 놈을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이 바로 나.. 우리이니까..
거리에서의 나날들은
그 놈을 비판하기에 앞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아.. 놈이라는 욕이 자연스럽게 나오는구나.. )

하나인 나를 들어내며 비로소 우리가 되게 하는 그 자리에서..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믿었던 그 날이 너무 빨리 온 것에 당혹스러웠고
그럼에도 21세기형 언어를 간절히 소망하던 20세기형 인간인 나는
한없이 기뻤다..
반갑다.. 21세기 사람들아..



★그럼에도 외로웠던 것은

거리에 나갔던 첫 날..
총천연색 사람들의 무리에서 나는 점점 무채색으로 변하는 느낌이었다..
귀를 울리던 소란스러움은 잦아들고.. 외로워졌다..
구로역 광장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그녀들이 생각났다..

광장에서 거리로 나가는 무리에서.. 내 입속에 맴돌던 외침..
'왜 우리들이 거리에 나갈 수밖에 없었는지.. 왜 돌멩이를 집어들어야 했는지..
왜 곡기를 끊고 있어야 하는지.. 그럴 수밖에 없던 우리들을..
이제.. 조금이라도 이해하시겠지요..
반가워요.. 우리 이제 동료가 된건가요?'


★일상은 다시 이어지고

6월을 놓치고 나니 콘서트 일정이 애매해져 버렸다..
휴가철은 다가오고 휴가 후의 8월은 쏜살같이 달아날게 뻔하고..
결국 7월 마지막 주말에 콘서트를 하기로 결정했다..
결정 후에도 일을 하기 보다는 거리에 나가 정신 놓고 있다보니 어느새
7월 둘째주..
결국 2주 동안 기획하고 4일간 연습해서 콘서트를 치르는 사상 초유의 사태..
흑.. 게을렀다고.. 너무 일상을 놓치고 살았다고 반성하고 엄살을 부릴 여유도 없었다..
그렇게 번개불이 콩 구워 먹듯.. 콘서트를 끝내고 나니..
했는가 싶다..
내가 미쳤다.. 누굴 탓하리오..


★나는 좋았는데요.. 그런데..

공연 후의 사람들의 반응은..
우리의 어이없는 짧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후한 편이다..
12년 동안 들었던 평 중에 가장 후한 반응에 참.. 당황스럽고 쑥쓰럽고 미안하고 그렇다..
뭘 한 게 있어야지.. 칭찬을 듣지..쩝
처음 본 사람들의 반응이 간단명료하고 자기 느낌 중심이라면..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응원해준 이들의 반응은
"참 좋았어요..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난 딱 거기서 말을 짤랐다.. "거기까지!! "
일단은 수고했다는 말보다 좋았다.. 재미있었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는 것은
정치적 발언이라기보다는 진심이라고 냉큼 받아들이고..

그런데.. 다음의 말은..
기존의 꽃다지 노래들이나 콘서트 분위기와 많이 달라서
오랫동안 꽃다지를 지지했던 사람은
변했다고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는 말이다..
거기까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 걱정해주는 마음에 고마워..
그러나 이제 '우리들'로 시작하는 말보다는 '나'로 시작하는 말을 먼저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마음이었다..


★거기까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래.. 나는 변화했다..
좀 더 가벼워지고.. 좀 덜 있는 척 하고.. 좀 더 힘들다고 말할 줄 알게 되고..
그래서 변할 수 있었다..
징하게 그 세월이 오래 걸렸지만 느림보 나로서는 꼭 필요한 시간이었을 게다..
아주 느리게이지만
내가 이렇게 즐겁고 편하게 당신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당신들 덕분이기도 하지..
더 깊이 있게 넓어지면서 무게를 덜어내고 당신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묵묵히 우리를 지켜준 당신들과..
거리에서 만난 당신들 덕분이었다는 말이지..
그리고 간절히 21세기에 살고 싶었던 나의 바램 때문이고..

우리와 너희들이 아닌.. 너와 내가 만나고..
네 것과 내 것이 똑같아 지는 게 아니라 다른 채로 존재할 수 있고..
그래서 아주 다른 듯한 너와 내가
우리들이 될 수 있는... 그것..
잊지 않을께 고마워..

+++++++++++++++++++++++++++++++++++++++++++++++++++++++++
죄송합니다.. 반말이어서.. 원래 일기장에 썼던 거라서..ㅎㅎ
이번에는 공식적 감사의 인사보다는 당신에게 이렇게 수다떨고 싶었어요..^^

노란손수건 2008-07-31 13:56

정말 그렇게 짧게 준비한거 맞나요???
그런데 저는 2002년 꽃다지를 첨본 이후에
모처럼 즐겁고 흥이 나는 콘서트였어요..
그전콘서트가 별로 였다는건 절대 아니에요~~
장소가 협소해서 박수치다가 옆자리동생과
몸이 부딪히는 단점은 있었지만요..
고생하셨구요.. 이제 휴가들 가셔야죠..
재충전후에 어여 음반 내주셔야해요^^

송미연 2008-07-31 14:27

네.. 언니.. 저희 그렇게 짧게 준비하거 맞아요..^^;;
더군다나 저는 목감기랑 몸살까지 겹쳐서 도저히 할 수 있을거 같지 않았는데.. 감독님을 비롯하여 꽃다지 식구들의 격려와 사랑으로 무사히 잘 끝낼 수 있었지요..ㅎㅎ 저두 신기했던걸요..? 이렇게 바짝 집중해서 콘서트를 할 수 도 있구나.. 허허.. 꽃다지 식구들의 집중력에 또 한번 놀라고..ㅋㅋ 여하튼 반갑고 감사합니다.. 공연장에서 자주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연 2008-08-01 23:52

수건/어.. 그런데 3년전부터 호흡을 맞춰오던 연주자들이고.. 나의 밴드라고 생각하고 연주하니까 즐거운 콘서트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현대백화점 언냐들 많이 와서 고마웠다고 전해줘..
미연/고생했다 미연.. 연습실 환경 정비하여 목안아프게하자.. 책상을 빨리 구입해야겠어..

지홍 2008-08-04 10:51

2006년 송년 콘서트에 직장동료랑 같이 갔다가..
와이프 曰 : 나도 가고 싶었는데.
작년에는 어째 콘서트 소식이 있다가.. 안한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못가고..
올해. 온가족 총출동.. 와이프, 5살 먹은 우리딸.. 그리고 나. 너무 행복했다.
집에 돌아와서. 통기타 하나씩 잡고. 와이프하고 Hey Hey Mr.Lee.. 놀랜 것은 우리 딸이 가사를 더 빨리 외우고.. 아빠만 보면 헤이헤이 미스또리.. 한다.. 정신을 못 차린다.. 라 라 라 라.. 이 부분도 잘하고.. 크..
노래에 행복을 담을 수 있다는 것. 오랜 만에. 또 다른 신선함을 느낀다. 5살 짜리 우리 딸이 이제.. 노래 운동을 시작하나 보다.. 유치원에 가서 부르면.. 짤릴려나? 친구들한테 알려주라고 해야겠다...

꽃다지 2008-08-04 11:05

반갑습니다.. 지홍님.. 온가족 다 출동하셨군요.. 얼핏 기억이 납니다..
노래의 히트 여부는 미취학 아동들이 아주 잘 안다는 믿거나말거나 통신이 있답니다..
그들이 자발적으로 따라 부르며 외우고 흥얼거리면 99% 히트한다는..ㅎㅎ
따님의 친구들에게도 널리널리 전파되길 기대합니다..
글구 다음에도 역시 가족 동반하여 오세요.. 혼자 오시지말구요..

-- 꽃다지 정연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