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책 노래하나 햇볕한줌

좋은 노래 없을까?

학교 가는 버스에서 노래가 안들리는 날이 있다면 그 날은 틀림없이 2월 30일 쯤 될거야. 아침부터 이별의 슬픔을 감상하느라 한 정거장 지나친 적도 있었지 뭐야. 월요일 조회시간에는 불멸의 힛트곡 애국가와 교가가 운동장에 엄숙히 울려퍼지고, 난 애국가보다는 교가가 좋아. 교가제창은 조회가 끝날 때 하니까.

선생님을 꼬시고 달래고 협박해서 간신히 얻어낸 오락시간엔 금주의 인기가요 경연대회가 열리는데, 요즘은 변점섭 오빠의 '희망타령'이 정상을 달리고 있어. 야영가서 장기자랑 할 때도 노래 빼면 시체지. 꼴숙이가 완순이 언니 흉내 내다가 자빠진 거 얼마나 통쾌하던지. 디스코타임에 팝송보다 더 좋은 노래 있으면 나와 봐. 가사내용은 '아이 돈 노우'지만 '필링'은 '베리 굳'이야.

난숙이 걔는 꼭 따로 놀아. 클래식전공이래나, 얼굴도 고전적으로 생긴게 교향곡이 어쩌구 차에코푼스키가 저쩌구. 음악실기시험은 안볼 수 없을까. 그놈의 음악 때문에 기말고사 잡친 걸 생각하면..

보충수업 끝내고 집에 가노라면 술집에서 토해내는 끈적끈적한 노래들이 길바닥에 너저분해. 눈물젖은 두만강에서 대전발 영시 오십분 기차를 기다리며 운다고 해서 옛사랑이 온다는 건지 만다는 건지. 어른들은 이해 할 수 없어. 공칠이 엄마는 학질걸렸나 봐. 저녁마다 괴성이야. 뭐? 주부동요열창에 나간다고? 

뭐니뭐니해도 심야방송 '별이 강제로 빛나는 밤에'를 빼놓을 수 없지. 금복주한테 손바닥 맞은 일도 머리 때문에 불여우한테 교무실 끌려간 것도 다 잊어버릴 수 있거든. 놀면 뭐해. 엽서나 만들어 보내야지. 그런데 무슨 노래를 신청할까?

좋은 노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