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책 노래야 나오너라

책 앞에

2~3년 전부터 반미구호가 나오게 되자 우리 사회는 마치 큰 변이라도 일어난 듯 야단들을 떨었다. 따지고 보면 참 우스운 일이다. 독립된 나라의 국민이 이해를 달리하는 남의 나라에 대해서 비판적인 말을 하는 것이, 설혹 그것이 좀 지나쳤다 해도, 무어 그리 대단한 일인가. 우리가 어느 새 미국을 반드시 남의 나라로만 여기지 않는 생각에 길들여져 있다는 말이겠는데, 이렇게 만든 것은 말할것도 없이 우리 문화의 미국문화에 대한 종속관계이다.

문화적 종속이 정치•경제적 종속을 튼튼하고 깊은 것으로 만들고 오래이게 한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터이지만, 우리의 문화현실은 이 점에 있어 심각할 정도이다. 문화운동이 다른 어떤 운동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은 이래서이 다. 또 노래야말로 문화의 중심적 자리에 있고 가장 대중적인 만큼, 노래운동이 모든 문화운동의 길잡이 노릇을 하리라는 것은 새삼스럽게 밝힐 필요도 없을 것이다.

노래운동은 한 마디로 우리의 생활 구석구석까지 깊숙이 쳐들어온 외국노래, 그것과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의 건강한 정서를 해치면서 우리를 소비시스템 속에 묶어넣어 무력하게 만드는 상업주의 노래를 몰아내고 건강하고 참된 우리 노래를 부름으로써, 우리 몸에 밴 외국문화의 때, 우리 둘레에 쌓인 외국문화 의 찌꺼기, 그것들과 어우러진 상업주의 문화의 쓰레기를 떨어내자는 운동이다.

이렇게 해서 문화적인 종속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외국에 대하여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입장이 되며, 또 떳떳하고 자존심 있는 민족으로서 그들 앞에 설 수 있을 것이다. 이 노래운동은 단순한 캠패인이 아니라 생활 속에 깊이 파고 들어 생활화돼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인데, 이러한 일에 이 책은 좋은 동무가 되리라고 믿는다.

신경림